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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서점의 생존법 – 책을 파는 공간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책방’이 아닌 ‘북카페’, ‘독서살롱’, ‘작은 공연장’으로 변신한 동네 서점의 이야기 책만 파는 가게에서 ‘관계’를 파는 공간으로한때 동네마다 꼭 하나씩 있던 로컬 서점이 사라진 지 오래다.편의점보다 많았던 책방은 인터넷 서점의 등장과 대형 서점의 공세 속에 조용히 줄어들었고,오늘날 로컬 서점은 그저 아련한 기억 속 풍경이 되었다.그러나 아주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로컬 서점들이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이들은 단순히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이제 로컬 서점은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이 아니다.책을 사는 곳이 아닌, 책과 함께 ‘머무는 경험’을 설계하는 곳이 되고 있다.카페가 함께 운영되는 북카페형 서점,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이끌어내는 독서살.. 2025. 6. 29.
버튼식 리모컨의 존재감 – 터치스크린 시대에 남은 아날로그 감각 손끝의 기억과 함께 살아남은 조용한 기계 누르는 감각이 주는 안심 – 리모컨은 왜 아직도 버튼일까?현대인의 일상은 이미 ‘터치’에 익숙해졌습니다.스마트폰을 켜고, 화면을 밀고, 손끝으로 정보를 넘기고,스마트홈 기기로 조명과 온도를 조절합니다.기술의 진화는 점점 더 부드럽고, 직관적이며,무언가를 '눌러야 하는 행위'를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TV를 켤 때,에어컨 온도를 조절할 때, 셋톱박스를 다룰 때‘버튼식 리모컨’을 사용합니다.검정색 또는 회색의 플라스틱 몸체 위에 빼곡히 박힌 다양한 크기의 버튼들,‘삑’ 소리를 내며 반응하는 작은 기계.이 리모컨은 의외로 여전히 건재합니다.그것은 단순히 기술의 낙오자가 아니라,어쩌면 인간 감각의 기억을 가장 잘 간직한 물건일지도 모릅니다.버튼을 누를.. 2025. 6. 29.
버스 정류장의 의자 – 기다림의 장소에서 머무름의 장소로 도시 속 ‘앉을 곳’이 주는 안전감과, 공공 공간에 대한 신뢰와 불신의 사이 도시의 작은 의자, 그저 기다리는 곳일까?도시에는 수많은 정류장이 있습니다.이른 아침, 출근길 사람들은 버스를 기다리며 줄을 서고,늦은 밤,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마지막 차를 기다립니다.그리고 그곳에는 항상 작은 의자 하나쯤이 놓여 있습니다.길게 나란히 이어진 플라스틱 벤치이기도 하고,누군가 옆에 앉기 망설여지는 딱 한 자리짜리 스틸 의자이기도 하죠.우리는 그것을 흔히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이라고 부릅니다.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그 의자는 단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만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그곳은 도시 속 앉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공의 공간이고,누군가에게는 쉴 곳,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머무를 수 있는 핑계입.. 2025. 6. 28.
도어락 앞의 열쇠 구멍 – 기술 속에 남은 옛 흔적의 인문학 기능이 사라졌지만 형태로 남아 있는 것들이 주는 존재의 의미. 오늘은 기술 속에 남은 옛 흔적인 도어락 앞의 열쇠 구멍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버튼을 누르며 스치는 기억, 열쇠 구멍의 잔상요즘 아파트나 오피스텔 현관 앞에 서면,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숫자 버튼을 누릅니다.4자리 혹은 6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삐-' 소리가 나면 문이 열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하지만 그 순간, 숫자 키패드 옆이나 아래에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구멍이 하나 보입니다.그것은 바로 열쇠 구멍.예전처럼 문을 여는 기능으로 자주 쓰이지 않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조용한 흔적입니다.많은 이들은 그 구멍의 존재를 잊고 삽니다.그저 비상시를 위한 장치라고 여길 뿐,실제로 열쇠를 꽂아본 기.. 2025. 6. 28.
재봉틀과 수선 문화 – 내 옷을 직접 고치는 취향의 시대 패스트패션을 넘어선 ‘슬로우 리페어’, 수선 전문점과 DIY 재봉 클래스의 부활. 오늘은 내 옷을 직접 만들고 고치는 취향의 시대를 만들어 낸 재봉틀과 수선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입고 버리던 시대에서 고치고 다시 입는 시대로한동안 우리는 옷을 너무 쉽게 사고, 너무 쉽게 버려왔습니다.인터넷 쇼핑몰과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옷을 하나의 ‘소모품’처럼 만들었고,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행이 바뀌고, 품질보다 가격이 먼저 고려되는 시대가 지속되었습니다.하지만 최근, 이러한 흐름에 조용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옷이 해지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게 되었을 때,예전에는 ‘새로 사야겠다’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그런데 요즘은 ‘수선해볼까?’, 혹은 ‘직접 고쳐볼까?’라는 생각이조금씩 사람들의 머릿속에 .. 2025. 6. 28.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시대 – 손으로 쓰고 꾸미는 취미의 재탄생 Z세대와 MZ세대가 열광하는 아날로그 취미,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펜으로 표현하는 나만의 기록. 오늘은 손으로 쓰고 꾸미는 취미의 재탄생이 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디지털 피로 속에서 손으로 남기는 감성의 시간손 안의 스마트폰만 열면 모든 일정과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디지털 캘린더, 메모 앱, 알림 기능까지.하루의 시작과 끝을 모두 화면 속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 지금,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종이 다이어리와 손글씨 기록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특히 Z세대와 MZ세대를 중심으로‘다꾸’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다이어리 꾸미기’ 문화가하나의 확고한 취미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단순히 일정을 적는 것에 그치지 않고,스티커, 마스킹테이프, 컬러펜, 데코 아이템.. 2025.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