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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이 오래 지나면 끊어지는 이유

by 카페라떼는 과거 2025. 8. 22.

화장대 속에 오래둔 머리고무줄을 오랜만에 사용하려다보면 그냥 뚝 끊겨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고무줄이 오래 지나면 끊어지는 이유에 대한 주제로 과학적으로 접근해 볼 예정입니다. 

 

고무줄이 오래 지나면 끊어지는 이유
고무줄이 오래 지나면 끊어지는 이유

 

고무줄은 왜 시간이 지나면 끊어지는 걸까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고무줄을 매우 자주 접합니다. 물건을 묶을 때, 서류를 정리할 때, 심지어 어린 시절 놀이에서도 고무줄은 친숙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고무줄은 오래 두면 바스러지거나 끊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서랍에 몇 달, 혹은 몇 년 보관해 두었던 고무줄을 꺼내면 처음과는 달리 탄력이 거의 없거나 살짝 당기기만 해도 부서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 현상의 중심에는 바로 고무의 분자 구조, 즉 고분자의 특성이 있습니다. 고무는 수많은 분자가 사슬처럼 연결되어 이루어진 물질입니다. 이러한 고분자 사슬은 서로 얽히고 설켜 유연하면서도 복원력이 있는 특징을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고무줄을 당기면 이 사슬이 늘어나고, 놓으면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은 고무의 탄성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는 고분자 사슬의 운동성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러나 고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 환경에 의해 조금씩 구조적인 변형을 겪습니다. 자외선, 산소, 습도, 온도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고무 내부의 고분자 사슬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자외선은 고무 분자 사이의 결합을 끊어내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산소는 고분자에 산화 반응을 일으켜 점차 성질을 변화시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고분자 사슬은 점차 짧아지고, 얽힘이 풀리며, 원래의 탄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고무줄의 고분자 구조는 파괴되어 가며,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탄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고무줄은 더 이상 당겨도 복원되지 않으며, 힘을 조금만 가해도 쉽게 끊어지거나 부서지게 되는 것입니다. 즉, 고무줄이 끊어지는 것은 단순한 노화나 오래됨이 아니라, 화학적 구조 변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무줄의 주재료인 천연고무와 합성고무의 차이입니다

고무줄이 만들어지는 데 사용되는 고무는 크게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로 나뉩니다. 두 종류 모두 고분자 물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기원과 분자 구조, 그리고 노화에 대한 저항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천연고무는 고무나무에서 추출한 라텍스를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라텍스는 이소프렌이라는 분자가 사슬 형태로 중합된 고분자입니다. 천연고무는 매우 뛰어난 탄성과 복원력을 자랑하며, 유기적인 구조 덕분에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 유기 구조는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외선이나 산소에 쉽게 반응하여 분자 구조가 끊어지고,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탄성을 잃고 갈라지거나 끊어지게 됩니다.

 

이에 비해 합성고무는 석유 화학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 고무입니다. 대표적인 합성고무로는 스티렌-부타디엔 고무, 니트릴 고무, 실리콘 고무 등이 있습니다. 합성고무는 천연고무보다 내열성이나 내유성이 뛰어난 경우가 많고, 분자 구조 역시 설계에 따라 다양한 성질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합성고무는 노화에 대한 저항력이 더 우수하여 오래 보관해도 변형이 적은 편입니다. 특히 실리콘 고무는 열과 자외선에 강해 장시간 사용에 적합한 특성을 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상용 고무줄은 가격이나 생산 효율성 문제로 천연고무 또는 천연고무 비율이 높은 혼합 고무로 만들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보관 환경이 좋지 않거나, 오랜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의 고무줄이 쉽게 손상되는 것입니다. 특히 밀폐되지 않은 장소나 햇빛이 드는 공간에 보관된 고무줄은 자외선과 산소의 영향으로 더욱 빠르게 열화가 진행됩니다.

 

이처럼 고무줄의 수명은 어떤 종류의 고무로 만들어졌는지, 또 어떤 환경에서 보관되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우리가 고무줄을 오래 쓰고 싶다면 되도록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고, 필요 이상으로 당기거나 늘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장기 보관이 필요하다면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불투명한 용기에 넣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간에 따른 고분자의 변화 – ‘물질 피로’의 과학입니다

고무줄이 끊어지는 과정은 단순한 물리적인 손상이나 외부 충격 때문만이 아니라, 시간에 따른 분자의 변화, 즉 ‘물질 피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고분자는 단단한 결정 구조가 아닌 유연한 비정질 상태를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외부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내부 분자 배열이 서서히 흐트러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점점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물질 피로’는 반복적인 하중이나 외력, 열, 습기, 산소 등의 영향으로 재료가 점차 약해지는 현상입니다. 고무줄 역시 평상시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미세한 인장력이나 주변 환경 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부 구조에 크랙이나 결함이 생기고,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갑작스럽게 끊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다른 재료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며, 고분자 소재에서는 특히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고무줄을 반복해서 당기고 놓는 행위도 고분자의 배열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게 됩니다. 일종의 ‘기계적 피로’가 누적되면서 복원력이 떨어지고, 점차 변형이 회복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이를 ‘영구변형’이라고 하며, 한 번 당긴 후에도 원래 길이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구변형이 심해지면, 결국 고무줄은 한계에 도달해 더 이상 잡아당길 수 없는 상태가 되며 쉽게 끊어지게 됩니다.

또한 고무에는 소량의 첨가제가 들어가는데, 그 중 산화방지제나 가황제는 고무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사용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 첨가제들 역시 효력을 잃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고무를 보호해주는 기능이 약해지게 됩니다. 즉, 고무줄은 ‘기계적 스트레스’와 ‘화학적 열화’라는 이중의 작용 속에서 서서히 성능을 잃어가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고무줄이 끊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한 고분자 구조와 환경 조건의 상호작용 때문입니다. 마치 사람의 몸이 시간이 지나며 노화하듯, 고무줄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분자 구조가 피로를 겪고, 점점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재료과학의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물질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과정을 겪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