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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 부스, 누가 쓰고 있을까?

by 카페라떼는 과거 2025. 6. 23.

잊힌 기술의 생존 이유와 의외의 사용처.

오늘은 사라진 줄 알았던 공중전화가 아직도 있는 이유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공중전화 부스, 누가 쓰고 있을까?
공중전화 부스, 누가 쓰고 있을까?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한두 개쯤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누렇게 바랜 유리문, 번호판이 희미해진 버튼, 가끔은 거미줄까지…

바로 공중전화 부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중전화는 과거의 유물입니다.
스마트폰 없는 시절, 동전을 넣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던 추억의 장치죠.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통화, 문자,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공중전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국에는 약 4만여 대(※2020년 기준) 이상의 공중전화기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고,
이용자는 적지만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누군가가 공중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단순한 ‘예전 것’이 아닌, 지금도 유지되는 공중전화의 생존 가치는 무엇일까요?

스마트폰 시대, 공중전화가 필요한 순간들
공중전화는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는 쓸모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상황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 쓰임새는 상상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현실적입니다.

🔴 긴급 상황: 휴대폰이 꺼졌을 때 마지막 연락망

스마트폰 배터리가 갑자기 꺼졌을 때, 분실했을 때, 데이터가 끊겼을 때…
이럴 때 공중전화는 마지막 통신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역, 시외버스터미널, 병원, 대형 공공시설 근처에 위치한 공중전화 부스는
이런 돌발 상황에 응급용 연락 수단으로 여전히 역할을 합니다.
국가재난안전처는 대규모 정전이나 지진, 해킹 등 비상 상황에서도
유선 기반 통신인 공중전화가 오히려 가장 먼저 복구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외국인 관광객: 유심칩 없는 순간의 구세주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통신’입니다.
와이파이가 없는 거리 한복판에서 택시를 부르거나, 숙소에 연락을 하거나,
분실물 센터에 전화해야 할 때 SIM 카드나 로밍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때 유용한 게 바로 공중전화입니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간단히 전화를 걸 수 있는 장치는
의외로 공중전화가 유일합니다.
KT나 SKT는 외국인 관광 특화 지역에 공중전화 부스를 유지하거나 개선하기도 합니다.

 

🧓 디지털 소외 계층: 여전히 공중전화가 ‘전화’인 사람들


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일부 취약계층에게는 휴대폰조차 사치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요금제, 조작 방식, 정기 충전 등의 불편함은 이들에게 진입 장벽이 됩니다.

이런 분들에게 공중전화는 ‘무료 통화권’을 통해 연락할 수 있는 기본 통신 수단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저소득층이나 노숙인에게 공중전화 무료카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건소·복지시설·쉼터 등과 연결된 상담용 공중전화도 일부 운영되고 있습니다.

없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있는 이유: ‘기술’이 아닌 ‘안전’의 문제
공중전화는 이제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철거되지 않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한 관성이나 행정 편의가 아니라, 공공 안전과 사회적 인프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 국가 재난 대비 통신망의 일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각국에서도 공중전화는
국가 비상 통신망의 일부로 간주되어 일부 지역에 반드시 유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지진이 잦은 국가로서, 지진 발생 시 무료로 개방되는 공중전화를 곳곳에 설치해두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대형 재난이나 전력망 다운, 통신망 마비 상황을 가정할 경우
유선 통신망 기반의 공중전화가 가장 빠른 복구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없애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무전기 기능’을 가진 공공 공중전화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망이 닿지 않는 산악지대, 해양시설, 군사시설 근처 등에
‘무전기 기능’을 탑재한 특수 공중전화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화기능이 아니라, 경보 알림, 응급 구조 요청, 공공방송 연결 등의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
단순히 연락 수단이 아닌 위기 대응 시스템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 유지 비용보다 중요한 ‘사회적 비용’
공중전화 한 대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지 않지만,
유지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은 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상상황에서 연락 수단이 없어 발생하는 사고,
긴급 구조가 지연되는 경우,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단절 등은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사회적 신뢰와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통신사는 공중전화 수를 줄이되 전략적으로 필요한 지역에는 필수적으로 배치하고,
일부 부스는 와이파이존, 충전기, 날씨정보 안내판 등으로 ‘공공 복합 공간’으로 진화시키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잊혀진 기술 속에 숨은 사회의 안전망.
공중전화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역할을 잃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빈틈을 메우고 있는 조용한 존재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연락망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고,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유일한 전화기입니다.

모든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사라지더라도,
공중전화처럼 기술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음에 길을 걷다 공중전화 부스를 본다면,
그저 오래된 장식으로 여기지 마세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안전망이 조용히 숨 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