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와 MZ세대가 열광하는 아날로그 취미,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펜으로 표현하는 나만의 기록. 오늘은 손으로 쓰고 꾸미는 취미의 재탄생이 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디지털 피로 속에서 손으로 남기는 감성의 시간
손 안의 스마트폰만 열면 모든 일정과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디지털 캘린더, 메모 앱, 알림 기능까지.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모두 화면 속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 지금,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종이 다이어리와 손글씨 기록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특히 Z세대와 MZ세대를 중심으로
‘다꾸’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다이어리 꾸미기’ 문화가
하나의 확고한 취미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정을 적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컬러펜, 데코 아이템 등을 활용해
나만의 방식으로 다이어리를 꾸미고 기록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흐름입니다.
이는 단순히 귀엽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유행이 아닙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의 감정과 경험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손으로 직접 기록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일입니다.
디지털의 속도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오히려 아날로그의 감성과 속도에 깊이 매료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꾸는 과거의 ‘비밀 일기장’과는 결이 다릅니다.
자신만을 위한 비밀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SNS를 통해 공유하고 소통하는 ‘보여주기’와 ‘나누기’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는 다꾸 계정과 다꾸 유튜버가 활동 중이며,
해시태그를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꾸미기 스타일과 템플릿이 존재합니다.
어느새 다꾸는 혼자만의 취미가 아닌 커뮤니티 취미가 되었고,
‘손글씨로 연결되는 또 다른 온라인 문화’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꾸의 도구들 – 종이, 펜, 스티커가 만들어내는 작은 우주
다꾸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꾸미기 도구’의 세계에 놀라게 됩니다.
한 권의 다이어리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아이템이 필요하고,
그 선택 자체가 자기 표현의 과정이 됩니다.
우선 다이어리 자체도 천차만별입니다.
일간, 주간, 월간 단위로 구성된 플래너부터
속지를 직접 바꿀 수 있는 바인더형,
무지 노트나 도트 노트 등도 다꾸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자신의 기록 스타일에 맞춰 포맷을 고르고,
때론 아예 직접 그리며 구성해 나가기도 하죠.
그리고 다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스티커, 계절 테마, 음식 아이콘, 동물 캐릭터 등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테마가 제품화되어 있으며,
작은 그림 하나로 하루의 기분이나 사건을 상징적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마스킹테이프는 꾸미기의 경계선을 정해주고
꾸밈 요소에 색과 질감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간단한 선을 긋거나, 여백을 장식하거나, 페이지에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컬러펜과 만년필, 스탬프, 인덱스 탭, 속지 데코 용지 등
다꾸는 문구류와 창작 도구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조합과 구성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색깔로 감정을 표현하고,
글씨체를 바꿔 하루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문장을 쓰는 손의 속도에 따라 마음도 천천히 따라갑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단순히 장식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기억을 구조화하고, 감정을 시각화하며, 일상을 예술처럼 남기는 방식입니다.
즉, 다꾸는 문구에 대한 사랑과 기록에 대한 애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하루를 나만의 작은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취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감정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
다꾸는 단순한 ‘꾸미기’를 넘어,
자신의 하루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어떤 날은 바쁘게 지나간 일정만 적는 것이 아니라,
그날 느낀 감정이나 작은 사건을 스티커 한 장으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우산을 깜빡하고 비를 맞은 날은
비 오는 그림 스티커와 함께 “오늘의 감성: 차분하지만 축축함”이라는 문장이 적힙니다.
또한 다꾸는 자기 위로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하루가 기대만큼 흘러가지 않았더라도
그 기록을 예쁘게 정리하면서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고생했어" "내일은 조금 더 괜찮을 거야"
손글씨로 적는 짧은 위로 한 줄이 의외로 큰 힘을 주기도 합니다.
더불어 다꾸는 계절의 변화, 일상의 흐름, 작은 목표의 성취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계절이 바뀌면 테마도 바뀌고,
중요한 날을 표시하고 돌아보는 재미도 생깁니다.
자신만의 루틴을 시각화하고 꾸준히 기록하는 습관은
결국 삶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되어 줍니다.
다꾸는 완벽하게 하기 위한 행위가 아닙니다.
어설프고 삐뚤어진 글씨도 괜찮고,
스티커를 한쪽에 몰아서 붙여도 문제없습니다.
그것이 ‘지금 나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결국 다꾸는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머무르게 하는 예술입니다.
흘러가는 하루를 붙잡아 놓고,
그 안에 나만의 감정과 기억을 새겨 넣는 것.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속도와 결을 스스로 조절하며
조용한 만족감과 성취를 얻습니다.
나만의 기록이자, 가장 소중한 표현인 다꾸는 유행이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디지털 과잉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과 감정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식입니다.
펜을 잡고 글씨를 쓰며,
스티커를 고르고 배치하며,
하루를 한 페이지 안에 정리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나를 돌보는 하나의 ‘마음 관리법’처럼 작용합니다.
누군가는 “그냥 종이에 붙이는 놀이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종이 위엔 삶의 기록, 감정의 흐름, 그리고 창의성의 흔적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다꾸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그저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감정을 포착하고 싶은 욕구만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소박한 창작이자 휴식입니다.
한 장의 다이어리에 담긴 당신만의 하루,
그것이야말로 가장 진정한 콘텐츠이자
오래 남을 ‘작은 나만의 책’이 될 것입니다.